마을에서 언덕길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오자 텅 빈 갯벌이 눈에 들어온다. 허리를 굽힌 채 갯지렁이를 잡던 포수들은 하나둘 갯벌을 떠났고 그 빈자리에는 낚시어선 2척이 지키고 있다. 긴 세월 동안 웅도(熊島)를 그리워했던 노루목쟁이는 소나무 몇 그루 등에 업고 애잔한 모습으로 서 있다. 노루목쟁이로 가는 소나무 숲길에는 우주선같이 생긴 노란 집이 눈에 띈다.변덕쟁이 가을 날씨는 비가 오다 멈추길 반복한다. 검은 먹구름 사이로 강한 햇살이 조도(鳥島) 앞바다 갯벌 위로 내려앉는 영롱한 빛을 렌즈에 담아본다. 다랑논을 지나 갈대밭 근처에
누워있는 소의 머리처럼 보였다는 산부리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애처롭게 해변을 지키고 서 있다. 물이 빠진 해변에는 가을이 머무르고 있다. 포근한 가을 햇살 아래에서 염생식물들은 가을 색으로 점점 물들어간다. 파도에 부서지고 바람에 깎여 소머리 끝 섬은 점점 제 모습을 잃어가고, 마을 사람들이 큰 갯골에서 잡은 갯것들을 씻던 작은 웅덩이만 외롭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부서지고 깎인 절벽에 나무뿌리들이 삶의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해식애 사이로 흐르는 듯한 붉은 황토는 가을 햇살에 더 붉게 보인다.통통 튕기며 구르다 바람이
웅도의 아침해변을 걷고 싶어 달려와 보니, 망월산과 팔봉산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해무가 살그머니 바닷가로 내려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바닷물이 잠시 자리를 비운 갯벌에는 백로와 가마우지들이 기지개를 켜고, 그 옆 물길이 개펄 위로 흐르는 모습은 마치 화선지에 그려놓은 한 폭의 수묵화 같아 보인다.대원군의 부친 남연군(南延君)묘 굴총사건으로 유명한 독일계 유태인 상인 오베르트가 1866년에 상선을 타고 방문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조도(鳥島)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을길을 지나 산등성이로 올라서니 넓은 갯벌에 안겨있는 조도(鳥島)가 보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광암리 마을 길을 걷는다. 길옆 논에는 잘 영근 벼 이삭들이 무거운 고개를 숙이면서 겸손해하고 있다. 미식가 텃새 참새떼들이 며칠 후면 사라질 황금 들녘에서 배를 채운 후, 갈대숲에서 수다를 떨고 있다.들깨를 터는 도리깨질 소리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작업실 한쪽에는 시아버님에 손때가 묻은 도리깨가 있다. 유품들을 정리하면서 며느리 눈에는 도리깨가 마음에 들었다. 서울 작업실을 태안으로 옮기면서도 같이 와서 작업실에 세워져 있다. 광암리의 꼬불꼬불한 마을 길을 걸어 유두(
몽돌이 파도와 만나는 청아한 소리에 반해서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몽돌밭에 앉았다.가로림만 벌천포 몽돌해수욕장.석양을 바라보며 세워진 텐트 안에서 흘러나오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해변을 가득 채워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겨운 풍경이다."제5회 벌천포 몽돌해수욕장 자연 예술제""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술제는 지역주민들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 협조로 매년 성황리 열리고 있습니다." 행사를 소개하시는 대산읍 주민자치위원회 김기진 회장님은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해 보였다.가을이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가로림만
산을 넘고 마을을 지나 농로를 따라 걷다 보면 산길과 마주친다. 갯벌 같은 질퍽한 농도의 진흙탕 길과 만나면 걸어갈지, 차와 함께 갈지 짧은 고민을 하게 된다. 차와 함께 들어선 진흙탕 길에 차가 빠지고 견인차가 온 후 상황은 정리되었다. 차를 산길 옆에 세우고 대로리 해변 똥 섬으로 걷는다.가을이 이미 깊숙이 자리한 해변에는 갯개미취들이 반갑게 반긴다. 이와 반대로 발걸음 소리에 놀란 도둑게와 풀게 들은 갯잔디 속 구멍으로 재빨리 숨는다.탁 트인 모래 뻘밭을 보니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다. 소나무 줄기를 탁탁 치는 오색딱다구리의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동안, 해변을 지켜온 염생식물들이 노란색, 붉은색 갈옷으로 갈아입고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가는갯능쟁이, 갯질경이, 나문재, 칠면초, 해홍나물, 갯개미취 그리고 지체... 염생식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며 대요리 해변을 걷는다.자갈길을 따라 걷다가 모랫길 모퉁이 옆에는 흰발농게 엽낭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김용택 시인의 시를 읊조리며 걷는다.가을 김용택가을입니다.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낮의 물때를 보니 두 매다. 초가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주는 대로 밀려 나가는 바다의 소리를 들으며 나 또한 바람의 움직임에 발을 맞춰 해변을 걷는다.바닷물이 천천히 사라진 자리에 갯골이 물 밖으로 모습을 보이고 송경농장 제방이 생기기 전 큰 바위가 있었다는 선배(立岩)에서 걸음을 잠시 멈추고 해변을 떠나는 바닷물과 작별 인사를 나눈다. 갯벌이 선명해지면서 물속에 숨어있던 염생 식물들이 하나둘 물 밖으로 고개를 내놓는다.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염생 식물들이 알록달록하게 물들어가고 키가 큰 갈대숲에 왜가리와
태풍 12호 오마이스는 다행히 제주도에서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태풍이 가로림만에 남기고 간 흔적이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도성리 선착장으로 향했다.태풍 때문인지, 성난 검은 파도는 해변으로 무섭게 달려오고 있다. 해변을 향해 달려오는 파도에 검은 물결을 지켜보며 자연의 위력 앞에 나약한 인간임을 인정한다. 선착장에 정박해있는 배들은 화난 파도에 몸을 맡기고 오랜만에 쉬고 있다. 갈매기들은 빈 배 위에 모두 모여, 성난 파도가 놀아주는 대로 오르락내리락 재미있게 놀고 있다. 건너편 대섬(竹島)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해변은 너무 덥다. 그늘에서 듣던 매미의 정겨운 울음소리와 달리 더운 날 해변의 매미의 울음은 마치 공장의 소음으로 들려온다.어장으로 나가는 바닷길을 걸으며 며칠 전 기억이 아직 잊히지 않아, 혹시 물이 들어오면 언제쯤 어떻게 나올지는 눈여겨보면서 걷는다.역광 빛이 강렬하게 내리쬐지는 검은 뻘 밭에 솥섬이 묵묵히 서 있다. 멀리 떠난 썰물을 따라가려고 흐르는 작은 물고랑에 비친 은빛 물방울들이 잔물결을 만들며 흐르고 있다. 대섬(竹島) 위에 흰 뭉게구름들이 파란 도화지 위에 양, 소, 토끼 등 그림을
뜨거운 여름 햇살을 견뎌낸 풀들은 가뭄으로 갈증을 느끼면서도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로 하늘 높이 자랐다. 벌섬지 방조제 둑을 걸어 들어가자 억세게 자란 풀들이 걷는 길을 막지만, 방아깨비, 송장 메뚜기, 여치들은 반갑게 인사를 한다. 혹시나 풀숲에 낮잠을 자고 있을 뱀이 나타날까 무서워 가던 길을 돌아 나왔다.차를 타고 벌섬지 방조제 수문 입구에서 제섬으로 가는 길을 따라 걷는다. 이젠 제법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매미들의 우렁찬 합창 소리에 박자를 맞추며 걷는다.수평선에서 해변으로 달려오는, 밀물 시간의 바다에 비친 석양빛은 언제
어릴 적 아버지한테서 들은 우럴목은 물이 들어오고 나갈 때에 세상을 한입에 삼킬 것 같은 굉음이 들리는 곳이었다. 그 '굉음'이 궁금해, 언젠가는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중 한 곳이었다. 그래서 오늘 큰마음 먹고 물때를 맞춰 우럴목으로 향했다. 사창리 텐트촌을 지나 방파제에서 해변으로 내려왔다. 낚시꾼들이 생각 없이 버린 낚싯바늘이 풀 속에 숨어있다 내 옷자락을 잡는다. 낚싯바늘을 당기니 낚싯줄이 길게 끌려 나온다. 잘못하면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한 낚싯줄과 바늘을 챙겨 온 비닐 주머
연일 후덥지근한 더위가 이어지고, 이 더위 속 가로림만 섬에 식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마침 물때가 목사리라 지매섬에 사는 흰발농게와 염생식물의 여름나기를 관찰하려 바다로 달려갔다.관리 상여 바위에서 썰물을 만났다. 바닷물은 고요히 육지와 멀어지고 바다 건너 고파도가 천천히 육지로 연결되어간다. 물속에서 점점 뻘밭이 뚜렷하게 모습을 나타내고, 그 속에 숨어있던 생물들은 생기를 가득 담고 세상 밖으로 통통 튀어나온다.바닷물이 비워주는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음료수 캔이 버려져 있고 그 주변에 몇몇 가족들이 낚시하고 있다
해변에 서 있으면, 오늘 낮 체감온도가 38°라는 것을 잊게 될 만큼 바닷바람은 시원하다. 물이 빠진 뻘밭에는 중대백로 몇 마리가 바닷바람을 즐기듯 느리게 걷고 있고 감태밭에는 철이 지난 누런 감태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중리어촌체험장에서 탐방로를 따라 걷는다. 해변을 따라 산모퉁이에 작은 열매를 매달고 있는 소태나무가 만들어 놓은 그늘에 앉았다. 바다는 잠시 쉬는 나를 위해 나뭇가지들이 열심히 흔들어 시원한 바람을 불어준다.탐방로 아래 뻘밭에는 능젱이(칠게)들의 놀이터이다. 온 가족들이 모두 나와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무슨
뿌연 하늘 위 구름 사이로 잠깐씩 보이는 햇살이 갯벌을 말려주고 있다. 해를 기다리는 칠게들이 뻘밭에 나와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중앙리 선창에서 뻘밭 한가운데로 만들어진 구불구불한 자갈길을 걷는다. 길 위로 바닷물이 드나들면서 길 위에 뻘을 올려놓아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걷는다. 아주 작은 웅덩이 속에는 어린 새우들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다. 내 발 소리에 놀라 머리만 진흙에 넣고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난 너희들이 나와서 놀 때까지 안 갈 거야.' 마음먹고 한참을 기다렸다. 조용해지자 꼬리
남북으로 분단된 지 70여 년이 지났습니다. 분단된 땅에서 태어나 살아 온 젊은 세대들은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고자 학교마다 평화통일 수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 충남도교육청과 함께 평화통일 교실 안 풍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편집자말] 태안중학교는 통일수업에 교재로 핸드폰 앱을 통한 게임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평화통일 수업에 게임 앱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서독은 어떤 과정을 통해 통일됐을까요?"태안중학교
바다의 보살핌을 받고 쑥쑥 자란 마늘들이 단단하게 영글고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 이삭이 까락을 하늘을 향해 날을 세우고 통통하게 살을 찌우고 있다. 보리밭을 보니 어릴 때 먹었던 곤쟁이 젓갈이 생각이 난다.이맘때쯤, 젓갈 장사 아주머니가 머리 위에 큰 젓갈 항아리를 이고 우리 집을 찾아오셨다. 어머니는 곤쟁이젓을 외상으로 사고, 나중에 타작한 보리로 젓갈 값을 주셨던 기억이 난다. 일꾼들이 와서 큰 농사일을 하는 날이면 어머니는 특별한 반찬을 준비하셨는데 곤쟁이젓이 그중 하나였다. 보리를 베고 타작을 하는 날이면 곤쟁이젓이 제일 맛이
‘물때가 긴 날에는 매 섬에 가야지. 왠지 섬에는 재미있는 것이 있을 것 같아.’ 며칠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다로 들어가는 중앙어촌계 문이 열리는 그날이 오늘이다. 마을 사람들은 바지락 어장으로 작업하러 가서 마을은 조용하고 나는 매섬으로 향했다.매섬으로 가는 길은 물이 빠진 후 모습을 드러낸 바다 한가운데의 자갈길이다. 대략 2시간 후면 물이 들어오지만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은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갯벌에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파릇파릇하게 자라던 감태들이 이제는 누런 옷으로 갈아입으며 떠날 준비를 하고
오월의 푸르름으로 옷을 갈아입은 해변에 바닷바람이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준다. 벌써 봄이 우리 곁을 떠났는지, 오늘은 여름이 온 것처럼 후덥지근하게 느껴지는 날씨이다. 어장에서 작업을 마치고 포구로 들어오는 배들은 바다 위에 하얀 포말을 만들며 시원하게 달려온다.탐방로 데크 위에 두 개에 텐트가 보인다. 궁금한 마음에 텐트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내가 거의 도착했을 때쯤, 두 사람이 각자의 텐트를 분리하기 시작을 한다.“안녕하세요! 이제 곧 물이 들어오는데, 낚시를 안 하시고 철수하세요?""네, 여기서 낚시하면서
왕산포구에는 바닷물이 수평선을 만나러 잠시 비운 자리를 수다스러운 갈매기들이 가득 채우고, 닻줄에 매여있는 배들은 조용히 밀물을 기다리고 있다.해변에 설치되어있는 데크 길을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해변에 닿을 듯 구부러져 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데크 길 위에 예쁜 그늘 터널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 사이를 지나면 팥배나무의 여린 연두색 빛 잎들이 수줍게 인사를 한다. 한참을 걷다 보니 데크를 보수하느라 통행이 금지되는 곳에서 해변으로 내려왔다. 작은 자갈돌 사이에는 해변의 청소부 갯강구들이 한 줄로 서서 어디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