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浦口)의 입구가 통처럼 생겨 ‘통개’라 불리는 통개해변을 걷는다. 돌로 쌓은 옹벽과 집채만 한 바위들이 무리를 지어 해변을 지키고 있다. 바위 무리를 지나 솜섬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예전에 작업장으로 사용했던 낡은 비닐하우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비닐하우스 뒤로는 여의도광장보다 더 커 보이는 모래 수 등(풀등)이 시원하게 보인다. 바다향이 진한 뻘밭에서는 굴뻑을 주워 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철퍼덕 개펄에 앉아 조새의 끝을 굴 눈을 겨냥하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이 카메라 렌즈 속으로 들어온다.해변에서 볼 때는 소나무 숲이 가득한
찬 기운은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봄기운이 살그머니 찾아왔다. 롱패딩 입고 듬배낙골 해변을 걷는데, 며칠 전과 달리 덥고 무겁다는 느낌이 든다. 갯줄이 모래 뻘 속에서 살그머니 여린 잎을 내밀고 봄기운을 만끽하고 바닥에 잎을 붙이고 한겨울을 지낸 갯질경이도 속잎을 피우려고 움찔대고 있다.멀리 보이는 솜섬에는 은빛 물결이 섬을 향해 서서히 밀려오고, 갯벌 여기저기에는 검게 그을린 여들이 은빛 물결을 환영하며 온몸을 내주고 있다. 솜섬은 오늘 내 사진 속 주인공이 되어주는 것이 부끄러운지 서서히 은빛 물속으로 숨는다. 솜섬이 숨은 해변
지방자치단체에서의 홍보란 지자체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펼치는 시정을 알리는 한편 주민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 이외에 지자체의 먹거리와 즐길거리, 볼거리, 체험거리를 대내외에 홍보함으로써 관광객을 유치하는 목적도 홍보가 차지하는 큰 비중이라 하겠다.관광객 유치는 곧 지역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어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지자체의 홍보는 또다시 지역주민들의 소득과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특히나 관광입군을 자부하고 있는 태안군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태안군은 비록 2007년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사고 이후 관광객이
한파에 움츠렸던 포구에 바닷물이 빠지면서 갯벌이 물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햇살을 만난 갯벌은 검은 윤기가 넘쳐흐르고, 물오리들은 물속에서 열심히 뛰어놀다 썰물을 타고 물 밖으로 나온 먹잇감을 여유롭게 사냥한다. 포근한 겨울 햇살 아래 썰물이 시작되면서 조용했던 포구는 작업 현장으로 출발하려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작업장으로 출발을 알리는 배들의 엔진소리로 활기가 가득하고, 알록달록한 작업복을 입은 마을 사람들 15여 명이 방파제 앞에 모였다. 그들은 차에 싣고 온 플라스틱 상자를 배에 옮겨 싣고
기획취재로 현안 심층취재… 지역상생 차원의 제안사업도 추진본지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이하 ‘지발위’)가 선정하는 ‘2021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에 선정되며 건전한 지역신문으로 인정받았다.지발위는 지난 18일 ‘2021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 선정 공고’를 통해 일간지 29개사, 지역주간지 48개사를 선정해 발표했다.이에 앞서 지발위는 지난해 12월 14일까지 우선지원대상사 신청서류를 접수했고, 전국에서 101개사가 접수됐다.지발위는 신청서류를 접수하면서 우선지원대상 선정심사의 기본방향과 관
매서웠던 한파가 조금 수그러들고, 두꺼운 얼음장 이불로 덮여있던 해변은 오늘만은 얼음장 없이 가벼운 모습으로 차분하게 밀물을 기다리고 있다.해변까지 길게 내려와 있는 마른 소나무 가지 끝에는 참새 한 쌍이 해변과 함께 밀물을 기다리는 듯하다.멀리 보이는 역거리 수등 뻘밭에는 감태 매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며 넓은 뻘밭을 자유롭게 걸어 다닌다. 생기가 넘치는 역거리 뻘밭 너머 샛강에 겨울의 모습이 문뜩 궁금해졌다.샛강 가는 갯뻘 길을 좀 더 편하게 걷기 위해 ‘가슴 장화’를 신었다.
살이 에이는 듯한 찬바람이 두툼한 외투 속을 파고들어 온다. 진한 흑갈색의 뻘밭 위에는 살짝 건드리면 부서질 듯한 얇은 얼음이 덮여 있다. 구름 속에 숨어있던 겨울 햇살이 얇은 얼음을 비추자 뻘밭은 눈부시게 빛이 난다.마을 사람들이 ‘무녀’라 부르는 굴 밭으로 들어가는 물이 빠진 바닷길을 칼바람과 함께 걷는다.살얼음이 스르륵 녹은 뻘밭에는 추운 날씨에도 굴들이 열심히 살을 찌우고 있는 모습이 예뻐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면, 굴들은 뻘 밖으로 가끔 뾰족하게 생긴 입술을 쩍쩍 벌리며 좋은 영양분을 축적하는 소리가 들린다.작은 웅덩이에
[기자수첩] 8천여 명의 조합원을 배제한 채 2016년 1월 설립 등기 이후 사실상 조합원이면서 임원인 23명만의 조합이었던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 지난해 말 극적으로 태안지부가 대의원선거를 치러 51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면서 100명의 대의원을 완성했다. 100명의 대의원은 태안지부 51명과 서산지부 19명, 서천지부 17명, 당진지부 13명 등으로 구성됐다.이제 선출된 대의원들은 정관에 명시된 정관의 변경은 물론 ▲규약의 제정과 변경 또는 폐지 ▲사업계획 및 예산의 승인 ▲결산보고서(사업보고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이익잉여금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조용한 연말을 보내고 2021년 새해를 맞이했다.올해 첫 아침, 밖에는 새하얀 눈과 함께 일출을 기다린다. 가로림만의 해변에 소복이 쌓인 눈은 하얀 홑이불 같다. 깨끗한 홑이불 위를 혼자 "꾸우 욱, 꾸우 욱"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있다. 하얀 눈 위를 걷다 보니 안도현 시인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이 생각난다.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며칠 동안 앙칼진 겨울바람이 해변에 머물렀으나, 오늘은 봄날같이 푸근하다. 물이 나간 해변에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바다는 해무 속에서 조용히 쉬고 있다. 갯질경이가 작은 잎을 쫑긋 세우고 있는 봄 같은 포근한 해변을 천천히 걷는다. 능선들이 겹겹이 포개진 흑백의 풍경 속에 팔봉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팔봉산 아래에 보이는 감태밭에는 서너 명의 사람들이 열심히 감태를 매고 있다. 감태 매는 모습이 궁금해 조용히 작업하는 곳으로 이동했다.물이 들어올 시간이 점점 가까워져지자 감태를 매던 부부는 빠른 손놀림으로 펄 반, 감태 반인
매섭게 앙탈을 부리는 겨울 날씨이다. 바닷물이 떠난 해변에는 광목천으로 지은 하얀 이불을 해변에 덮은 것처럼 보인다. 햇볕이 찾아와 꽁꽁 언 해변은 살며시 녹이자, 얼음 아래에서 겨울잠을 자던 해변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며 아침 인사를 한다. 좋은 아침!개미 목같이 생겨 개목이라 불리는 장구섬 해변을 걷는다. 고요한 겨울 바다의 짙은 회색의 뻘밭에는 군데군데 연둣빛 감태들이 자라나고 있고, 빨간 함지박을 줄로 묶어 뻘밭에서 끌고 다니며 무언가 열심히 주워 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장구섬 자갈 해변에 자전거 한
5년 만에 제15회 자랑스런 태안인상 시상식도 가져… 대상에 허종일 태안군보건의료원장본상에는 전국모범운전자회 태안군지회 영예… 코로나19 예방수칙 준수하며 태안문화원서 “태안신문 전 구성원들은 30년 전 창간 초심으로 돌아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보도하는 정론직필이라는 우리들의 영원한 사명을 잊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태안군의 복군과 궤를 함께 하며 올해 5월 14일 창간 30주년을 맞은 본지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미루던 창간30주년 기념식을 조촐하게 열었다.본지는 지난 11일 태
전국 지역신문 중 유일… 30년사 담겨 용량만 28GB로 본지 누리집에도 공개“저는 다른 기념품보다 30년간의 기록이 담긴 USB가 필요합니다. 30년의 기록은 태안군 복군의 역사와 함께 한 기록의 역사입니다. 참으로 값진 자료네요.”태안군 복군과 궤를 함께 해 온 본지의 기록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e-book이 하나의 USB에 담겨 창간30주년 기념식을 찾은 내외 귀빈과 참석자들에게 배부됐다.전국 지역신문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28GB분량의 USB에는 1990년 발행된 창간호부터 이후 1410호에 이르기까지 30년간의 본
“가까운 곳에 진로진학상담센터가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진로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주변 분들께 추천합니다.”“진정한 스승님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진로진학 상담 선생님입니다.”“고민하고 있다면 추천합니다. 기억에 남을 상담이 될 것 같습니다.” 충남교육청이 운영하는 서산(당진, 서산, 태안) 진로진학상담센터를 이용한 학생들과 학부모의 상담 후기가 뜨겁다. 추천과 감사 인사가 끝없이 이어진다.지난해 4월 문을 연 서산 진로진학상담센터는 김지철 충남교육감과 맹정호 서산시장의 합작품이다. 선거 당시 두 후보는 비슷한 공약을 제시했
시월 스무여드렛날, 무릎 사리, 중조기(中潮期), 오후 물때에 맞추어 가로림만 해변을 걷는다. 하늘은 잔뜩 화난 표정으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수평선 위에서는 어두운 구름 사이로 기러기 떼가 어디론가 바쁘게 날아가고, 해변에는 바닷물의 작별 인사로 어수선하다. 쏴~~악! 철썩! 작은 소리를 내며 물결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다. 바닷물은 점점 해변에서 멀어져간다. 날이 추워진 탓 인지 바닷물을 따라나서는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 굴속에서 꼼짝 안 하고 집에만 있는 칠게, 말뚝망둥이, 새우, 고둥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길이 천
12월 7일.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태안주민들의 검은 악몽이 시작됐다. 15개에 달하는 해수욕장 400ha와 3개의 유인도서를 비롯한 23개 섬이 시꺼먼 원유 덩어리로 뒤덮였다. 태안어민들은 일순간 삶의 터전을 잃었고, 자식 같이 키우던 어패류들도 검은 기름을 머금고 서서히 죽어갔다.암담한 현실에 스스로 생을 등지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그야말로 태안반도는 암흑 속에 절망과 혼란의 나락 속으로 빠져들었다. 도저히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어 보였다.그러나, ‘희망’이 태안반도에 싹트기 시작했다.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 한달음
초겨울 차가운 바닷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들어 온다. 온몸에 오싹오싹 찬기를 느끼면서 각양각색의 자갈들이 누워있는 해변을 걷는다. 바닷물이 해변을 향해 밀려와 자갈들을 짓궂게 건드리면 여지없이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대화 내용이 궁금해,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귀를 기울여 본다. 파도를 온몸으로 맞이하면서 내는 자갈들의 소리는 바닷물처럼 맑고 청량하다. 모서리가 갈리고 갈려 동글동글한 모양의 돌멩이들은 세월의 흔적을 말해준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있는 장대에 연결된 빨랫줄에 코가 꿰어 대롱대롱 매달려
시우치 저수지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새벽 물안개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수지 둑 너머에는 바닷물이 서서히 해변으로 돌아오고, 바다 건너 팔봉산에는 뜨거운 아침 태양이 산등성이를 붉은색으로 색칠하며 산을 넘어온다. 붉은 햇살이 잿빛 바다 위로 모습을 나타낼 때쯤 나는 청산 나루터에 도착했다. 구도 앞바다에는 붉은 햇살이 물 위쪽에서 살랑살랑 춤추며 놀고 있다. 밀물이 돌아오면서 조업하러 나가려는 배들은 바쁘게 기계 소리를 내며 나루터를 떠나고 있다. 청산리 어촌계 기영환계장님의 허락을 받고 계장님 배에 올라탔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하늘은 심술부리는 아이같이 맑았다 흐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물이 빠진 해변에 서서 섬으로 들어가는 자갈길을 비춰 줄 가을볕을 기다렸지만, 해무가 해를 가리고 있어 오늘은 동행이 힘들어 보인다.해변을 바쁘게 떠나는 썰물을 따라가지 못해, 길을 잃은 칠게 한 마리가 작은 웅덩이 안에서 불안해하며 집게다리를 들고 안절 부절하고 있다. 불안한 눈빛으로 내 눈치를 보면서 살그머니 바닥으로 숨는다. “뻘 밭으로 보내줄까?” 나의 제안을 알아들었는지, 집게발을 살며시 내려놓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눈치를 보고 있다. 집게 손으로 살짝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