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언젠가부터 잊을 만하면 매스컴에서 칡덩굴을 제거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천리포수목원 일부 지역도 무성하게 자라는 칡(Pueraria lobata (Willd.) Ohwi)이 관리하고 있는 나무를 위협하기 해 걱정을 끼치곤 한다. 오랜 세월 동안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구황식물과 약용식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칡이건만 예전의 명성은 온데간데 없다.9월의 어느날 벚나무집 데크길 넘어 은은한 향기가 느껴져 수풀을 살펴보니 칡잎 겨드랑이 사이로 나비모양의 꽃들이 층을 이루며 모여나 있다. 수줍은 듯 자줏빛 얼굴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해마다 9월 중순이면 남도지역의 꽃무릇 축제가 회자 되곤 한다. 사진 동호인들에게는 필수 코스처럼 여겨질 정도로 화려한 붉은 꽃을 피우기에 이 꽃이 흐드러진 곳이면 어김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쁜 사람들로 넘쳐난다. 학자에 따라 꽃이 무리지어 피어 꽃무릇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따른 정식 이름은 석산(Lycoris radiata (L’Her.) Herb.)이다.사찰과 인연이 깊은 식물석산은 수선화과의 다년생 초본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 주로 분포하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회식 마무리에 마음씨 좋은 사장님이 배를 한 접시 깎아 주신다. 달큰하고 시원한 배맛이 꽤 좋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배가 맛있어지는 계절이 왔구나싶다.이맘때면 어김없이 천리포수목원 뽕나무 옆에도 올망졸망 누런「산돌배(Pyrus ussuriensis Maxim)」열매가 달린다. 안타깝게도 우거진 수풀 속에 가려져 있어 별 생각없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못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하지만 한번이라도 이 나무의 존재를 알아봤던 사람이라면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이때 숨겨둔 보물을 찾듯 그 곳을 찾게 된다.추위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푸르다 못해 검푸르기까지 했던 여름 정원도 어느덧 끝자락에 와 있는 듯하다. 폭염 속에서도 화사한 꽃송이를 피웠던 꽃들은 애잔히 사그라질 채비를 한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했거늘... 지는 꽃들 사이로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는 꽃이 있으니 바로 배롱나무(Lagerstroemia indica L.)이다.백일 간 이어지는 릴레이 개화7월부터 9월까지 여러 꽃들이 교대로 피고 지면서 줄기차게 이어지기 때문에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배롱나무의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연보라색, 분홍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어느덧 장맛비가 그치고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어김없이 장마와 함께 꽃을 피우기 시작했던 「수페르바스키마(Schima superba Gardner & Champ)」도 민병갈 원장님 흉상 옆에서 향긋한 꽃을 피우며 여름을 나고 있다. 싱그런 잎겨드랑이 마다 대 여섯 개가 넘는 탐스러운 흰 꽃들이 모여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나비와 벌을 맞느라 분주하다.온난한 기후대에 자라는 식물수페르바스키마는 일본의 규슈, 오키나와를 비롯하여 중국 남부,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의 온난한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향기로 상대의 마음을 끄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특유의 냄새로 상대를 쫓는 식물도 있다. 꽃누리장나무(Clerodendrum bungei Steud)의 고운 꽃을 좀 더 가까이서 즐기고자 잎이라도 당길 새면 역한 냄새가 난다. 상처를 줄수록 더 고약해진 냄새를 풍기는 건 아마도 ‘나 아프니, 더 이상 찌르고 상처주지 마세요~!’란 애절함의 표현일 것이다.누린내가 나는 잎꽃누리장나무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붕게이클레로덴드룸’이라는 추천명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누리장나무에 비해 꽃이 도드라지고 아름다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푸르름이 짙어지는 천리포수목원 큰 연못 한켠에 유독 하얗게 풍성한 흰 꽃다발을 내밀고 있는 식물이 있다. 그 색이 어찌나 희고 밝던지, 한낮의 태양이 잠시 쉬러 내려앉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꽃들이 모여 달린 뭉치는 또 어찌나 큰지 풍성하다 못해 거대하다. 여름의 대표식물을 수국이라 흔히 말하는데, 이 계절 수목원에 들렀다면「미국수국 ‘아나벨리(Hydrangea arborescens ‘Annabelle’)’」을 꼭 만나봐야 한다.오래두고 보는 풍성한 꽃다발미국수국 ‘아나벨리’는 6~7월이면 줄기 끝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온 나라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떠들썩하다. 치사율도 높다하고, 전염력도 강한데다 별다른 치료약이나 예방약이 없다하니 국민들의 공포가 높아질 만도 하다. 그래도 2009년 신종플루가 맹위를 떨칠때는 붓순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식물(Illicium verum Hook.f)의 열매에서 성분을 추출해 만든 타미플루가 해결사로 등장하여 위안이 되었건만... 오늘 소개할 ‘헨리붓순(Illicium henryi Diels)’과는 사촌뻘되는 식물이기도 하다.특별한 향기로 유혹하는 나무헨리붓순은 중국 남부가 원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바다로 둘러싸인 지형특성으로 태안은 종종 짙은 안개가 낄 때가 많다. 천리포수목원도 천리포해수욕장을 바로 접하고 있기에 바다 안개라 부르는 해무의 영향을 자주 받곤 한다.요즘도 해무가 생기는 날이면 신비스럽기까지 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아 카메라를 들고 수목원으로 나서곤 한다. 매년 이맘때면 겨울정원 끝자락에서 그 해무보다 더 환상적인 안개를 피워내며 나를 반기는 나무가 있으니 어찌 셔터를 안 누를 수 있을까? ‘안개나무(Cotinus coggyria Scop.)’ 누가 붙였는지 이름도 참 잘 지었다!종자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다양한 음식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뷔페를 가면 눈과 입이 즐겁듯이 다양한 식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 역시 좋은 점이 많다.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5,000여종류의 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니 여느 뷔페 못지않게 골라보며 즐기는 재미가 솔솔하다.오늘 소개할 ‘선상화(Helwingia chinensis)’는 골라보는 재미중에서도 VIP급이라고 해야할까? 왠만한 식물 매니아들도 못 본 식물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헬윙기아과의 유일속헬윙기아라는 다소 생소한 이 식물 종류는 히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어린이날을 맞아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작은 운동회가 열렸다. 참가 종목 중에 딸아이가 자신있어하는 달리기가 있길래 내심 기대를 했는데 4명 중에 2등을 하고 왔다. 스스로 서운할 만도 한데 딸아이는 친구들과 즐겁게 달린 그 시간이 행복했단다. 엄마란 사람이 그깟 순위에 급급했나 싶기도 해 부끄럽기도 하고, 어느새 이렇게 자라 승리보다 더 한 기쁨을 누리는 딸아이가 기특하기도 했다. 자연이 품고 키우는 딸은 오월의 싱그런 월계수(Laurus nobilis L.) 만큼이나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정화, 승리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바쁜 딸을 대신하여 손녀도 봐주고 김치도 담가주시러 친청 어머니가 오셨다. 시집간 자식도 A/S를 해줘야한다며 핀잔을 듣지만, 아침밥은 거르지 말고 꼭 먹어야 한다며 이른 새벽부터 근사한 아침상을 차려주신다. 늘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하고 계신 어머니가 이르게 잎을 틔우고 봄맞이를 준비한 귀룽나무(Prunus padus L.)와 닮았다.부지런한 나무귀룽나무는 장미과의 벚나무속 교목으로 이른 봄 숲속에서 가장 먼저 새싹을 틔워 잎을 피우는 나무로 꼽힌다. 이리도 부지런한 나무는 가을이면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지난주 울산에 상문이 있어 갔다가 본의 아니게 가로변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정말 원 없이 보고 왔다. 왕복 820km가 넘는 긴 일정이었지만 종종 바람에 흩날리는 벚나무 꽃잎들은 위로와 위안이 되었다. 장렬히 전사하는 남쪽나라 벚나무를 뒤로하고 천리포에 도착하니 나무마다 봉긋한 벚나무 꽃봉오리가 달려있다. 시간을 거슬러 온 것처럼 봄꽃을 감상 할 시간이 길어져 기쁘고, 생과 사의 짧은 생을 깨달았으니 이 만남이 더 반갑고, 더 고맙다.대만 벚나무의 품종천리포수목원의 여러 벚나무 중에서도 이르게 피는 벚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바야흐로 목련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미 목련꽃 그늘이 펼쳐진 남쪽나라도 있겠지만,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지난주부터 일찍 피는 목련종류들이 한 두송이씩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두꺼운 털옷을 단단히 껴입고 쉽게 속살을 보여줄 것 같지 않던 나무들도 봄볕이 간지르는 통에 하나·둘 옷을 벗어 던진다. 그 속도가 한층 빨라져 어제 다르고, 아침 다르니 부지런히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목련’과 ‘백목련’앞서 일반적인 목련종류들을 통틀어 ‘목련’이라 이야기했지만, 엄연히 ‘목련(Magnolia kobus DC.)’이라 이
오늘 소개 할 식물을 노래로 표현하라면 김건모의 ‘첫인상’이 맞아 떨어질 것 같다.긴 머리, 긴 치마를 입은 여성을 상상했지만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와 묘한 매력의 첫인상을 안겨줬다는 노래 가사처럼 ‘흑갯버들(Salix gracilistyla ‘Melanostachys’)’의 첫인상은 강렬하다. 이맘때 하천이나 개울가에서 은빛으로 꽃을 피우는 갯버들과는 사뭇 다른 비주얼로 묘한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이다.검은색 꽃사뭇 다른 비주얼은 크게 줄기와 꽃으로 설명되는데, 윤기 도는 붉은 줄기에 검어도 정말 너~무 검은 꽃이 달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천리포수목원 겨울 정원에서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미는 식물은 납매이고 그 뒤를 이어 풍년화, 매실나무, 서향, 산수유, 영춘화, 수선화, 목련 등이 순차적으로 꽃을 피우는 듯 하다. 사실 납매는 12월에도 꽃을 피우는 식물이니 봄꽃이라기 보다는 겨울꽃에 가까워 가장 먼저 봄을 알려주는 식물은 풍년화인 셈이다.봄의 전령사조록나무과에 속하는 풍년화속 식물은 전세계적으로 5~6종이 분포하는데 내한성이 강하고 반음지에서도 자람이 왕성한데다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귀한 꽃을 피워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식물이다.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세상의 모든 남자가 잘생기고, 세상의 모든 여자가 아름답다면 좋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럴 수 없기에 각기 개성있는 무기들로 상대에게 매력을 어필한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자태나 매혹적인 향기로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기도 하지만 이러한 매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엄청난 물량공세로 승부를 보기도 한다. 소나무, 은행나무 등이 그러한데 수목원에서 한창 봄맞이를 준비 중인 ‘유럽오리나무(Alnus glutinosa)’도 그 중 하나이다.풍매화유럽오리나무는 유럽 뿐만 아니라 서남아시아, 북아프리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수목원을 거닐다보면 새롭게 이사를 온 나무도 아닌데 지금까지는 눈에 띄지 않더니 갑자기 눈길을 끄는 나무를 종종 발견하곤 한다.늘 가까이 하고 있었는데도 그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먼나무(Ilex rotunda)’가 새해를 맞으며 눈과 가슴에 들어왔다. 이리도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는데 따뜻한 눈길 한번 못 준 것이 미안해서 내내 마음이 쓰인다.멋스러운 검은 나무더구나 ‘먼나무’란 다소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관심이 더 갈 수밖에. 알고 보니 이름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겨울 내
2015년 새해를 앞두고 가까운 지인들과 음식을 나누며 송년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러 대화가 오고 가더니 “배우자가 연애할 때는 안 그랬는데 결혼하니 변했다”는 여성들의 볼 멘 소리가 나온다. 한결같이 변함없다는 것은 그 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한해 두해 나이를 먹을수록 한결같이 직장을 지키는 선배들, 한결같이 가정을 지키는 부모님들, 한결같이 한 길을 걸어 온 인생의 선배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어려움을 나 자신이 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소개할 나무를 「삼나무 ‘요시노’(Cryptomeria j
태안군 남면 양잠길 최병부아들, 딸, 며느리 다모여서오늘은 우리 집 김장 하는 날쑥닥쑥닥 무 채 썰고광천 가서 사온 새우젓에배다리 누님이 주신고춧가루 버무리면김장 준비 끝.뽀얗게 씻어절인 배추온 식구가 웃으며짜다, 싱겁다, 매웁다간을 맞추고옹알종알 오가는 이야기 속에배추 잎 속을 가득 채우면 올해의 김장 김치 끝.하루 종일 시끌벅적배추 잎 하나하나에 버무린 속을 넣으면서울, 대전, 천안, 서산으로 갈김치 통이 차에 가득 실린다.자식들 나눠 주려고며칠 전부터 차곡차곡준비하신 어머님 덕에올해도 김장김치 끝이네.내년에도 오늘처럼 즐겁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