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빠진 질퍽한 갯벌 위는 게들의 천국이다. 긴 다리로 갯벌 위를 걸어 다니며 사냥을 하던 황새 한 마리가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다급한 비명을 내면서 산 쪽으로 날아간다. 사실은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었는데 갯벌 위에 하얀 깃털 하나를 남겨 놓고 가버렸다.양어장에서 내려오는 물길 따라 제철 만난 산파래와 청파래가 기수역 주변에 풍성한 밭을 이루고 있다. 산파래는 더위가 오기 전 지금이 최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어릴 적 언니들이 산파래를 매오면 소금물에 여러 번 깨끗이 씻어 굴과 송송 썬 산파래를 넣
입춘이 지나고 갱변에 따뜻한 봄바람이 찾아왔다.수평선을 따라 나간 바닷물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물 빠진 갯뻘에는 봉긋하게 서있는 빠리고동들 사이로 작은 또랑물이 흐른다. 조간대 혼합갯벌에서 사는 빠리고둥은 물길에 옹기종기 모여, 해초 등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지금과 달리, 다양한 간식거리가 없던 어린 시절, 나와 언니들은 이만 때쯤이면 시우치 갱변으로 나가 빠리고둥을 잡았다. 잡은 빠리고둥을 양은 세숫대야에 넣고 힘세게 여러 번 비비고, 물로 헹구는 작업을 통해 뻘물을 말끔히 씻어냈다. 그리고 뻘이 씻긴 고둥은 물을 넣고
가로림만에는 연둣빛 융단 위에서 천상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추어 갯바람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12월에서 3월까지 공연은 계속된다. 가시파래과 녹조류 가로림만 감태는 지역주민들의 고소득을 보장을 받는 천의 자원이다.갯바람의 공연를 감상하던 중, 어렴풋이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다.장화도 없고 고무장갑도 없던 그 시절, 이른새벽 김칫국 국물로 빈속을 채우고 바구니를 들고 나가는 셋째 언니의 발소리가 새벽 잠결에 들렸다. 지금 생각하면 물때에 맞추어 나가셨던 것 같다.겨울이 되면 감태농사로 온 동네 사람들이 바뻤다.우리집 뒤 이화산에서
겨우내 기별 없던 함박눈이 가로림만에 첫눈이 온다.얼마만의 설경인가. 하얀 눈이 하늘에서 바다로 내려앉는다.해변은 온통 눈밭이다. 하늘에서 자유롭게 내려오면서 한없이 넓은 어머니의 품속으로 안긴다. 하늘 땅 모두 눈 천지다.눈 사이로 사뿐사뿐 걷는다. 발아래로 눈이 소복하게 쌓인다.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를 내미는 돌멩이 위에 내려앉는 함박눈이 하얀 모자가 되어준다.굴뻑을 담아놓은 어망도 바닷속에서 천천히 얼굴을 내민다.그 위에도 하얀 눈이 내려앉는다. 바다 건너 고파도에도 하얀 눈꽃
피도 너머에서 수줍게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을 알몸으로 맞이하는 해변은 고요하다.여명의 소리는 생명을 갖은 모든 생명이 함께 찬양하며 맞이하는 순간이 참으로 경이롭고 아름다운 울림으로 전해진다.하루를 맞이하는 환희의 소리가 내 발밑에서도 울려 퍼지고 있다.가로림만의 숨소리가 이렇게 아름답구나!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귀한 선물을 감사하게 받고 있다.살그머니 모래밭을 걸을 때마다 갯벌 속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를 들으면서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떼어본다.좋은 아침!따개비, 총알고둥, 굴, 달랑게,아직 물이 덜 빠진 왕모래 밭에 물과 모래가 어울리
찌푸린 하늘이 금방이라도 흰 눈이 내릴 것처럼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다. 해변에는 설 대목에 선물로 배달될 굴들이 순번을 기다리느라 그물망 속에서 잠시 쉬고 있다. 굴은 바다의 보약, 바다의 우유, 바다의 꽃 등으로 예쁘게 불려진다. 가로림만의 효자 중의 효자인 굴은 암수가 한 몸이면서 암수가 딴 몸인 경우도 있다. 계절이나 수온에 따라서 성전환을 하는 예도 있다. 참 편리하게 살아가는 굴이 부럽기도 하다. 갱변을 걸으며 야지(野池 ) 속에 누가 살고 있나 돌아보다가 만대 어촌계 내리 2구 작목반 작업하는 비닐하우스를 조심스럽게 들
항금목의 유속이 궁금해서 들물을 기다리며 갱변을 걸었다.한나절 겨울 햇살에 온몸을 말린 해변은 짭조름하고 꺼칠꺼칠한 염기를 씻으려고 들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삼 형제 바위가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늠름하게 만대항을 지키고 서 있다.만대항에서 바라보니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무탈한지 궁금하기도 해서 굴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바위들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삼 형제 바위를 만나러 걸었다.바위 머리 위에 서 있는 소나무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짝궁도 잃어버리고 반쪽짜리가 된 굴 폐각이 작은 돌멩이 위에 얄굳게 앉아서 세계적인 써퍼가 될 것처럼 파도
대섬(竹島 ), 대나무가 자라는 섬이라서 대섬이라 불렸지만 대나무가 사라지고 소나무들이 점령하여 솔섬(松島)으로 개명한 솔섬 갯벌을 걷는다.내리2리 만대항 남쪽 솔섬에 수등(水燈)은 육지와 섬이 이어지는 모습이 쥐꼬리같이 보여 쥐똥길이라 불렀다 한다. 어디서 왔는지 색깔과 모양이 다양한 조개껍데기들이 굵은 모래와 함께 세운 그들의 영역을 굳굳하게 지키고 있다.조심스럽게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오랫동안 그 안에서 이루어졌던 많은 이야기들이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들려온다. 물 빠지기를 기다린 고둥들이 빠른 걸음으로 마실을
“태안신문사의 태안지역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취지와 배려로 직원들과 함께 오랜만에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티켓을 받아들고 직원들과 어떤 영화를 볼까 함께 고민하는 시간부터 저희들은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직원들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함께 고른 영화는 ‘82년 김지영’으로 최종결정이 되었습니다. 책으로 읽었다는 직원 1명도 있었고 인터넷상에서 페미니즘 논쟁도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난 후 저희 직원들(여성 10명)의 전체적인 감상평은 괜찮은 영화라는 결론을 냈다”는 것이 벧엘 요양원(원장 지영주) 전현숙 간호사의 전언이다.“볼
본사 기획 사업인 문화가 있는 회식 일곱 번째 주인공들은 롱라이프그린케어 태안 노인복지센터(센터장 황정란) 직원들이다.2008년에 설치된 장기요양보험으로 운영되는 재가장기요양기관인 롱라이프그린케어 태안 노인복지센터는 장기요양등급(1급~6급(인지지원등급))을 받으신 65세이상의 어르신들이 주간보호(day care)서비스와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평가 최우수기관(A)으로 흔히 노치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치매어르신들을 직접적으로 케어하는 요양보호사, 많은 행정업무와 어르신들 관리를 하는 사회복지사, 건강관리에 힘쓰는 간호조무사. 비가오
“회식을 하게 되면 노래방에 가던지 바로 집에 가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저녁을 일찍 먹고 여유 있게 영화관에 도착하여 주신 쿠폰으로 음료를 미리 구입하여 영화관 주변을 산책하니 너무 좋았습니다.”태안신문의 연중 기획 사업인 문화가 있는 회식 여섯 번째 주인공들은 태안한마음요양원 직원들이다.이번 회식을 신청했던 엄기화 사회복지사는 “당초 이번 문화가 있는 회식에 좀 더 많은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나 요양원에 갑작스런 일이 생기어 신청자 보다 적었지만 선선한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게 되었다”며 “퇴근하면
본지의 기획사업인 ‘문화가 있는 회식’ 다섯 번째 주인공들은 태안군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센터장 김순주)이다.태안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무료 심리상담, 심리검사, 예방교육 등 청소년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7명의 상담 교사들로 구성되거 있다.그동안 상담복지센터 교사들은 회식 자리에서 술을 즐기시기 보다는 볼링을 치러가거나 카페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좋아했다.작년에는 퇴근 후에 작은 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았던 적도 있는데, 이후 교사들과 한번 씩 관심이 있는 영화가 나오면 다음에 또
본지의 기획사업인 ‘문화가 있는 회식’ 네 번째 주인공들은 태안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엄마들이 모여 도서관 견학 프로그램과 토요일 오전에는 ‘하하호호’ 그림책 수업을 진행하며 그림책을 읽어주고 독후활동도 진행하는 봉사를 하고 있는 동바라기(회장 이나경) 회원들이다.태안도서관의 대표적인 동아리로 도서관 운영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동바라기는 하반기에 있을 인형극을 도서관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손바느질을 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그동안 평범한 한 아이의 엄마로 지내던 회원들은 이 동아리에 가입을 하
해양수산부, 태안군, 태안해경, 대산항만청, 연포번영회 합동 간담회 열려 “유지문감식 프로토콜에 따라 분석한 결과 연포 표착유는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출유와는 다른 유종으로 판별된다. 연포 유착유는 허베이스피리트호 유착유와 다른 선박 배기가스 혼합물 등으로 추론할 수 있다.”올 여름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태안군 근흥면 연포해수욕장 해변으로 유입됐던 타르볼이 지난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에서 유출된 원유와는 다른 성분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연포 타르볼은 올해 7월 7일 연포해수욕장의 개장을 앞둔 7월 5일경부터 연포해변으로 몰려들었
개인 환자별 100% 멸균된 하나의 장비 사용김성광 원장,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경험은 무의미”임플란트 분야 주 전공“지금 당장 이 치과가 최고다라는 말보다 10년 후에도 환자에게 잘 치료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다.”최근 태안읍 신터미널 건너편 건물 3~4층에 최신식 장비를 구축한 치과병원이 들어섰다.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간다’를 모토로 태안군민을 맞이하고 있는 뉴욕치과가 그곳. 뉴욕치과의 대표원장은 대전대학교 한의대 본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치과대학원에서 인플란트 전공의를 수련한 뒤 현재는 미국 임플란트학회(AO) 회
[편집자 주] 충남형 혁신학교 이름은 ‘행복나눔학교’입니다. 올해부터 행복나눔학교로 선정된 21개 학교에서 4년간 교실 혁신이 꾸준히 추진됩니다. 행복나눔학교가 공교육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가 과 공동으로 행복나눔학교를 돌며 시행 1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4학년 교실이 떠들썩하다. 지난 5월 대구광역시로 전학갔던 서하(4학년)·동하(6학년) 형제가 교실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두 형제는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곧장 이곳으로 달려왔다.“친구들이 보고 싶어
[편집자 주] 충남형 혁신학교 이름은 ‘행복나눔학교’입니다. 올해부터 행복나눔학교로 선정된 21개 학교에서 4년간 교실 혁신이 꾸준히 추진됩니다. 행복나눔학교가 공교육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가 과 공동으로 행복나눔학교를 돌며 시행 1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대기초(태안군 원북면) 6학년 교실. 국어 시간이다. 칠판 앞에 선 사람은 국어 선생님이 아니다. 학부모다. 아이들이 바짝 학부모 앞으로 모여들었다. 학부모가 그림책을 꺼내 들더니 이내 읽기 시작
자율관리어업공동체 꾸리며 재도약, 해수부 ‘우수공동체’ 선정대야도 자율관리어업공동체(위원장 문윤모)가 해양수산부 자율관리어업 평가위원회에서 선정한 2015년 전국 우수공동체로 이름을 올렸다.충남도 수산관리소(소장 임매순)에 따르면 대야도는 일제가 1930년대 수산연구소를 설치한 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김 양식을 시작한 ‘부자 섬’이었다.1970년대 한 전국 일간신문은 ‘낙도라지만 달러박스’라는 제목으로 대야도를 대대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양식 김을 일본 등지로 수출하며 외화를 벌어들인 것에 빗댄 표현인데, 당시 신문은 이 섬 마
한국언론진흥재단 대전사무소, 원주·강릉·횡성·춘천 찾아 현장연수원주, 강릉, 횡성, 춘천 등 강원도내에서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경제조직이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지역의 어젠다 (agenda), 즉 공통의 관심사는 개인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조직을 통해 지역을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이들이 지역을 살려보겠다고 내세운 실행방안이 바로 ‘커뮤니티 비즈니스’. 지역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란 지역사회 또는 공동체 등에 기반을 두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
“충남지역의 대표 고등학교를 넘어 오는 2017년에는 반드시 전국의 명문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강한 포부를 밝힌 윤종오 태안고등학교 교장을 만났다.태안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가 충남도교육청 과장, 남면초·중교장을 거쳐 태안교육장을 맡아 태안교육의 발전에 헌신하던 윤종오 교장은 대부분의 교직을 보낸 태안고에 올 초 교장으로 부임을 했다.우수한 신입생 유치를 위해 발품을 팔아 관내 학교 뿐 만 아니라 인근 서산, 홍성까지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올해 우수한 신입생들을 대거 유치하는 성과를 낸 윤 교장의 열정은 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