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연말이면 어김없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말을 단골로 쓰곤 하지만 올해 만큼 절실히 그 말이 와닿는 해도 없었던 것 같다. 차디찬 진도 앞바다에 꽃봉오리같은 어린 학생들을 수장하고 그 어느 해보다 가슴 시린 봄날을 맞이한 후에도 안타까운 사고소식은 연일 계속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 삶은 예기치 않게 다치고, 고통받고, 때로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일들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시련은 식물도 예외가 아니다. 소사나무집으로 올라가는 언덕배기 오른편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리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12월이 되기 무섭게 내린 눈으로 수목원이 한 순간 겨울왕국이 되어버렸다. 한창 겨울준비를 하던 수목원의 나무들도 한순간 일시정지를 해버린 듯 했다. 모든 것은 정지된 채 오직 하늘에서 하얀 눈만 계속해서 내리는 고요한 수목원에서 정적을 깨는 듯 “나 여기 있소!”하며 우아한 깃털을 흔드는 나무가 있었으니 바로, 낙우송 (Taxodium distichum)이다. 깃털이 떨어지는 소나무란 뜻의 낙우송 답게 채 떨어뜨리지 못한 갈색 잎이 눈·바람에 나부끼며 겨울감성을 자극하고 있었다.낙우송과 메타세쿼이아송(松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2014년을 불과 한달여 남겨두고 2015년 달력인쇄 감리를 위해 충무로에 있는 인쇄소로 출장을 다녀왔다. 시즌 특수로 24시간 쉬지 않고 기계를 돌리는 탓에 좁은 인쇄소는 종이 먼지, 잉크 냄새가 가득했다. 꽤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무르면서 메케한 냄새가 부대낄 때 마다 밖으로 나와 콧바람을 쐬는데 허름한 인쇄소 옆 좁은 화단에서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남천(Nandina domestica)을 발견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급기야 핸드폰 카메라로 남천을 찍어대며 짧은 휴식을 취했다. 수목원으로 돌아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지난주에는 농약 한번 뿌리지 않은 수목원 오리농장의 가을걷이가 있었다. 오리농장은 수목원 조성 전부터 있던 논으로 수목원 조성 이후에도 그대로 벼농사를 짓는 곳이다.매년 수목원 가족들이 전통방식으로 손 모내기를 하고 낫으로 벼베기를 하는데, 수목원 연못에서 흰뺨검둥오리 가족들이 써레질도 하고 벌레도 잡아줘 자칭 오리농장이란 이름이 붙었다.황금빛으로 출렁이던 벼가 없어지니 단짝 친구로 함께 물들어 가던 ‘무늬미국풍나무(Liquidambar styraciflua ‘Varigata’)’만 덩그러니 오리농장 곁을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지난해 천리포수목원에서 엔딩씬을 촬영한 ‘레드카펫’이란 영화가 최근 개봉해 화제다. 수목원에서의 촬영은 스토리상 전체 연기자가 모두 출연하는 씬이었는데 많은 직원들의 관심이 여자주인공에게로 쏠렸다. 많은 사람의 시선을 눈치라도 챘는지 제일 뒤늦게 촬영장에 도착한 여자주인공은 자체발광의 아름다움으로 우리들을 설레게 했다. 천리포수목원에도 이 여자주인공 같은 나무가 있다. 다른 나무들이 제법 잎을 키우고 있는 5월이 되어서야 새잎이 나기 시작하는 ‘조구나무(Triadica sebifera)’는 열매도 겨울이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지난주 친정에 갔더니 딸과 사위를 위해 어머니께서 추어탕을 끓여 주셨다.매년 소슬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이맘때면 우거지, 고추를 함께 넣고 끓인 추어탕으로 보양음식을 차려 주시는데, 힘들게 만든 보람도 없이 사위는 추어탕을 맛있게 먹지 못한다.그 이유는 추어탕에 넣는 초피나무 열매 때문인데, 경상도 음식이 익숙하지 않은 남편은 특유의 톡 쏘는 강한 향기가 코끝에 먼저 와 닿는다며 볼 멘 소리를 한다.어쨌거나 남편 몫까지 맛있게 추어탕을 먹고 돌아와 수목원을 둘러보니, 왕초피나무(Zanthoxylum c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왜 사람들은 좋아하는 이성에게 고백을 할 때 단골메뉴로 꽃을 선택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드문데다, 꽃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과 정서적 기쁨을 안겨줄 수 있기에 고백에 필수적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일등공신으로 뽑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아름다운 모습에 향기까지 겸비한 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랑의 메신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늘 이맘때 은목서(Osmanthus x fortunei)가 피기 시작하면 떠오르는 한 에피소드가 있다. 평소 무뚝뚝하게만 보였던 수목원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추석을 맞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들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평소보다 두배는 더 걸려 시댁과 고향에 도착했다. 매년 이런 경험을 할 때면 고향 가까운 사람들이 부럽다. 그러고보니 천리포수목원에 사는 식물들 중에는 나보다 고향이 먼 식물들이 수두룩하다. 오늘 소개할 부탄소나무(Pinus wallichiana)도 부탄,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북부와 중국 운남성 지역에 걸친 히말라야가 고향인 식물이다.고도 1,800~4,300m에서 자라는 나무식물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히말라야는 동경의 땅이자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올해는 이른 추석 연휴 이후 늦더위가 이어져 10월이 되어야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될 전망이란다. 여름의 절정이 계속되면서 천리포수목원에서도 그 어느 해 보다 왕성하게 영역을 확장하며 자라는 식물이 있다. 커다란 잎과 잎 위의 뾰족한 가시는 이국적이기까지 해 마치 따뜻한 남쪽 나라가 고향일 것만 같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가시연꽃(Euryale ferox)이 그 주인공이다.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잎가시연꽃은 수련과의 1년생 수생식물로 물 밑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물 위에 둥근 잎을 띄워 자란다. 성장한 잎의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수목원의 여름은 그 어느 계절보다 강렬하다. 내리쬐는 햇살을 고스란히 받은 나무들은 짙푸른 잎사귀를 키우고, 그 속에서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 꽃들은 강렬한 색과 화려한 모양으로 곤충을 유혹한다. 꽃의 크기도 다른 계절에 비해 크고 풍성하기에 여름 정원은 그야말로 절정이다. 최고조의 순간은 어쩌면 짧디 짧기에 더 소중하고 더 오래도록 그 순간을 유지하고자하는 욕심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수목원 한켠에서 다소 평범해 보일 수 있는 ‘꽃댕강나무(Abelia x grandiflora)’를 만났다. 잔잔하고 귀여운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여름이면 어김없이 매미 소리가 수목원을 가득 메운다. 한 여름 뙤약볕에 지칠 법도 한데 짝을 부르는 사랑의 노래는 그칠 줄 모른다. 정겨운 이 매미 소리도 도심지 주거지역에서는 자동차 주행소음보다 소음도가 커 새로운 소음원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같은 소리라 할지라도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식물계에서는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아예 다른 나무도 있는데 ‘후박나무(Machilus(Persea) thunbergii)’ 가 그러하다. 후박(厚朴)이라 불리는 세 나무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면접이든 데이트든 영업이든 누군가를 만날 때 있어서 첫인상은 참 중요하다. 첫인상부터 남달랐기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거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사람처럼 나무를 만날 때도 첫인상이 있다. 나는 천리포수목원에서 이 나무를 처음 봤을 때의 첫인상이 아직도 선명하다.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선뜻 다가가기 무서웠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첫 만남 이후, 이 나무는 무슨 연유에서 이렇게 사나운 가시를 돋우며 살고 있을까? 궁금증과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고 나서는 어쩌다가
이지성의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2」를 읽고 감명받은바가 있어서 의 목표를 세웠다. 무슨 의도였을까 되돌아보았다. 10년 후면 60, 환갑나이이다. 그 나이에 나와 아이들은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이 되어있거나 혹은 초로의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때 자식들에게 혹은 친구들에게 최소한 10년간 이 정도는 읽었다며 이야기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싶었다.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즐겁고 흥미로우며 역동적인 행위이다. 1000권독서의 목표를 세우고 났는데 마쓰모토 유키오의 1년 1000권 독서멘토링이 눈에 들어왔고 의욕이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올 여름 장마를 앞두고 제습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선풍기 한 대로 온 가족이 여름을 나던 시대는 가고 에어컨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를 잡은 시점에서 장마를 대비한 제습기는 새로운 여름 필수 가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루하게 오랫동안 비가 오는 것도 불편하지만 끈적거리고, 빨래도 잘 마르지 않고 집안 곳곳에 곰팡이 경계령이 생기니 사람들의 관심이 이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피 할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장마철이 되어야 ‘모감주나무(Koelreuteria paniculata
“청년들이여! 그대들은 나라의 기둥이오. 그대들은 진정으로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가? 힘을 기르소서!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습니다! 민족의 등불인 청년들이여! 희망을 가집시다.”1907년 대한협회에서 주최한 강연회에서 초청 연사로 참여한 도산의 연설문 일부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마다하지 않았던 도산은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그는 패잔병처럼 지쳐 쓰러진 의식을 일깨웠다.“우리 대한민국이 있어야 우리가 존재한다. 나라 없는 백성은 태양 빛을 받지 못하는 암흑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같다.” “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최수진6월은 여름의 시작이며, 5월에 수많은 지인들의 결혼식 참석에 바빴던 싱글남녀들이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정보 회사에 가입을 가장 많이 하는 달이기도 하다. 주변사람들의 결혼 소식들이 싱글남녀들을 자극시키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함께 즐길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란다. 만약 금쪽같은 6월의 황금연휴에 가슴 설레는 사람과의 만남이나 프로포즈를 앞두고 있다면 웨딩 케이크를 연상케 하는 ‘무늬층층나무(Cornus controversa ‘Veriegata’)’를 보러 수목원 데이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층을 이루
몇 년 전에 방영된 드라마 중에‘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독불장군 지휘자 강마에와 각자의 사연과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음악과 오케스트라’라는 매개체로 만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였는데 푹 빠져서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이런저런 상황에 꿈을 덮고 살았던, 각자의 삶의 무게에 짓눌린, 한군데씩 모자란 사람들이 함께 모여 꿈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지만 장애물도 많고 방해하는 이도 많아 결국엔 꿈을 이루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직장도 없어지고 삶의 질도 더 떨어지는 상황이 된다. 그래도 그들은 행복해한다. 왜
1. 원조는 독이다?책 ‘죽은 원조’를 통해 아프리카 사회의 많은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담비사 모요가 쓴 이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양허성 차관이나 원조 같은 현금을 아프리카에 아무리 쏟아 부어봐야 부패정권 유지비용 밖에 되지 않는다. 건설적인 투자유치와 무역확대로 실질적인 경제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가 될 것이다.모금을 해서 원조를 하면 오히려 아프리카 경제가 파탄이 난다니! 그것도 그 말을 아프리카인이 하고 있으니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원조가 죽음을 부른다는 말이 진실인지 파격인지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그녀 담비사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최수진최근의 한 핸드폰 광고에는 괴테가 말한 “Red is the king of color’라는 인상적인 문구로 제품의 강렬함을 표현했다.색 중에서도 왕이라 불리는 붉은색. 정말로 이 색 만큼 화려하면서도 정렬적인 색이 또 있을까? 햇살이 강해지는 5월, 꽃이 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이 붉은색 때문이다.「프라세리홍가시 ‘레드 로빈(Photinia x fraseri ‘Red Robin’)’」의 잎은 마치 몸을 뚫고 피어오른 불꽃 마냥 붉게 피어 우리를 유혹한다.강렬한 붉은 잎프라세
저자_ 강 영 우‘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내 안의 성공을 찾아라’로 익히 알려진 강영우 박사가 2012년 2월 23일(향년 68세)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자녀 교육과 글로벌 리더십’ 지침서인 ‘원동력’을 두란노에서 펴냈다. 그 무렵 나는 지인을 통해 CD 6장으로 제작한 그의 육성 특강을 귀가 닳도록 들으며 여러 사람들에게 권했던 적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이 “인생 목표를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명문가는 당대에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였다.그는 재미동포로는 처음으로 미국 백악관 정책차관보를